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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 일상속내생각

스페인 산티아고 직장인 코스를 걷고 나서의 일기 1

by 멍뭉미안녕 2020. 10. 15.

 

 

 

산티아고 끝. 새벽 1시. 산티아고 공항

오늘 바다 안 갔으면 어쩔 뻔했냐. 너무 이쁘고 좋았다. 뉴질랜드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 본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너무 아름다웠고, 괜한 역사적인 모습을 상상하면서 억지로 의미를 더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

‘이 길을 걷고 내가 느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이 길을 걸으면서 한 것에 대해 하나 하나 떠올려 보았다.

소똥, 말똥도 많이 밟고, 폭우도 맞으면서 걸어보았다. 마지막엔 하반신이 망가지기도 하였고, 함께 걸은 사람들과 갈등도 겪어보았다. 아픈 사람을 만났고, 푸르른 숲길을 걸으며 허브 냄새도 맡았다. 오믈렛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매일 와인에 취해 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았다. 내 동창 민주를 만났고, 방을 못 잡은 브라질 친구의 방을 함께 잡아주었다. 걷다 지치면 누워서 맥주를 마셨다. 기차를 놓치고, 음식 메뉴를 잘 못 시키고, 또 그걸 맛있게 먹었다. 음식을 나눠 먹고 약을 얻어먹고, 함께 걸은 분들이 내 망가진 다리에 테이핑을 해주었다. 내 속사정을 나누고, 편지를 써보고, 밤에는 음악을 들었다. 너무 추웠었고, 너무 더웠었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었다. 대관람차를 탔다. 마드리드에서 축구를 보고 신나게 응원했다. 스페인 꼬마 애들이랑 길바닥에서 축구를 했고, 산 정상에 올랐다. 작은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내 과거를 떠올려봤고, 곁을 지켜준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나에 대해 생각을 했다.

 

 

아 나는 온전한 생의 맛을 맛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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