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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 일상속내생각

망할 사주팔자

by 멍뭉미안녕 2020. 10. 6.

 

내 친구가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여자친구가 있을 때는 그렇게 나는 안중에도 없드만, 이별하니 만남의 출석률이 높아졌다. 그래 쉬어가라.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등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연애하다 헤어지면 언제든지 나라는 등대에 정박하고 쉬어간다. 나는 그만큼 이십 대 후반에는 연애를 못했단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쉬러 온 친구들을 끌고 어떻게든 커플들보다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기 때문에, 인기 많은 등대였던 것 같기도 하다. 솔로가 천대받은 세상에서는 정신차리고 꿋꿋해야 한다.

아무튼 이별 경험을 맛 본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우린 맥주를 마셨고, 2차를 가기 위해 길을 걷다 아주 외진 골목에서 조금 허름한 사주 집을 발견했다.

 

 

“야 너 연애 사주 한 번 봐보자”

 

 

나는 친구를 데리고 무작정 끌고 들어갔다. 나는 사주팔자를 1도 믿지 않았지만, 내 경험상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던 경험이 있어서 친구 위로 겸 재미로 사주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사주 집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장식품?들이 기괴했다. 불교용품 같은면서도, 뭔가 다른. 그저 이상한 느낌을 자아냈다. 사주 집에 빠지지 않고 비치되는 전기가 흐르는 동그란 장식품도 있었다. 나와 친구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따로 있었는데, 바로 상석에 앉아 있는 아줌마였다. 아줌마의 생김새가 아주 이상했다. 머리카락이 엄청나게 길었고 흩어져 있었으며, 손톱이 3cm이상 길어서 마치 마귀 할멈이 연상되었다. ‘컨셉인가..’ 외모에서부터 사람을 홀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제 친구 사주 한 번 봐주세요. 연애요”

 

 

괜한 기 싸움이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가 먼저 주도했다. 마귀할멈 아 아니 아주머니는 친구의 생년월일을 보고 심히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앞으로 3년간 연애 못하겠네’ 라고 하는 게 아닌가.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악평을 쏟아냈다. 사주만 들으면 내 친구는 앞으로 혼자 살아갈 팔자였고, 거의 고자였다. 이야, 말 한 번 화끈하게 말하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거는 내 친구였다. 내 친구는 조금은 소심한 캐릭터였는데, 이 사주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정말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헐. 야 이건 아니지 않냐’

나는 듣다 듣다 기분이 나빠져서 내 사주는 아니었지만, 이런 악평을 조심스럽지 않게 그대로 소리치며 전달하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뭔가 친구가 쭈구리처럼 구니까 더 그러는 느낌.

 

 

“제 것도 한 번 봐주세요ㅡㅡ”

 

 

사주가 끝나갈 무렵 나는 뜬금없이 내 사주를 요청했다. 적어도 불평을 하려면 나의 이야기를 할 때,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내 연애사주까지 보게 되었다. 나에게도 악평을 쏟아내면 모든 사주를 부정할 계획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흘려듣고 나왔어야 했는데 감정에 못 이겨 상황 판단이 잘 안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나에게도 못된 구석이 있다. 하지만 기껏 친구를 위로하고 왔는데 다시 원 상태로 만들어 놓은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었다.

 

 

나의 작은 분노가 티가 났나. 아주머니는 아까보다 침착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내 사주를 보더니 갑자기 무한 칭찬을 하였다. 내 사주에는 이미 많은 여자들이 있고, 내가 고르기만 하면 된다는…. 등등등 말도안되는 이야기를 하였다.

 

 

‘아 장난하나…… 내 카카오 톡 방 리스트 보여줘…..? 사탕 발린 소리로 얼렁 뚱땅 넘어 갈라고’

 

 

내 리스트에는 다양한 모임밖에 없었다. 분명 사적인 여자사람은 없었고, 나는 그걸 아쉬워했는데 아우 진짜.

 

이 사주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이 기억으로부터 약 3년 뒤, 친구는 새 여자친구를 만나서 잘 만나고 있고, 나는 잠깐의 연애를 하긴 했지만, 현재 다시 솔로 라이프를 지내고 있다. 사주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역시 사주는 재미로 봐야 하는 것 같다. 사주대로 였다면 나는 아주 러블리한 일상을 보내고 있고, 친구는 고자라고 놀림을 받고있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그런 취급을 받는다ㅡㅡ)

아직도 그 이상하게 생긴 아줌마가 사주집 장사를 하고 있을까? 사주가 끝나고 사주집 앞에서 담배를 맛있게 피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정말 반전은 사실 그 날 마지막 나의 연애 사주를 듣고 나는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 여자친구와 헤어진 다른 친구를 또 데려갔다. 아 칭찬을 너무 좋아해 나는.

희망적인 말의 효과는 그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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