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하자마자 아무도없는 영화관에서 방문하여 정말 편한 자세로 영화를 보고, 영화가 끝난 후 길게 산책도 했다. 산책 길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신나게 떠든다. 아이들의 어머님들은 근처에서 아이들을 보며 흐뭇해한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 또 그 옆에 노부부는 강아지를 데리고 벤치에 앉아있다. 강아지는 나를 쳐다보고 내 앞까지 왔다가 갸우뚱하고 다시 돌아간다. 갑자기 정신이 조금 든다. 무의식에서 깨어난 기분. 그리고 생각을 한다. '아 저 사람들 행복해보인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누구나 외롭다고. 나도 지금 외로움을 느끼는건가? 나는 스스로에 대해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정말 간간히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보니 이런 가족을 보면 나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나 말고 사람들이 모여서 하하호호 웃고 떠들 때. 저 모습이 마냥 행복해보인다. 참 소소한 건데. 그런 후 집에 들어가서 가족을 보면 작은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하다. 가족은 참 감사한 존잰데 그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
다음 날도 잔잔한 하루가 시작된다. 우리 집에서 조금 먼 서점에 갔다. 서른마켓이라는 이벤트가 진행된다고 해서 호기심에 차를 끌고 출발했다. 위례? 위례신도시? 라는 곳은 처음 가봤다. 하지만 이렇게 깔끔한 도시라니. 살짝 앞선 미래에 온 느낌. 분명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가면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지역은 깔끔했다. 이 동네는 더 많은 가족들이 길에 나와있다. 아이들이 정말 신나게 뛰어논다. 아무 걱정 없어보인다 정말. 그리고 뛰어놀기에 너무 좋다. 아이의 부모들이 같이 놀아주고 있다. 같이 킥보드를 타고, 풍선을 불어주고, 같이 서점에 들어간다. 오호 행복해보여. 가족과 아이들을 구경하다가 나는 서른마켓에 들어가 책 두 권을 구입한다. 셀럽인 김소영 서점주인에게 사인도 받았다. 오상진 아내로 더 잘 알려졌으려나, 무튼 이 분의 책을 사고 짤막한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연예인?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확실히 이쁘시드라. 나는 다시 나와 서점 밑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책을 읽는다. '진작할 걸 그랬어.' 책 제목이다. 이 분은 책방여행을 다닌 것에 대한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 이 분은 책을 참 좋아하는 분이구나. 이 책 다 읽으면 내 생각을 꼭 남겨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을 닫고 다시 한 번 창 밖으로 눈을 돌린다.
다음 날 아침. 일요일이다. 날짜의 전환이 참 빠르지 않은가. 글을 못쓰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튼 나는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다. 그리고 거실로 나왔다. 갑자기 엄마가 채널을 돌린다. 엄마의 애청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는 쇼파에 앉아 아무 거리낌 없이 깔깔거리며 아기들의 재롱을 보고 즐겁게 웃었다. 샘헤밍턴 아이들 넘 귀엽다. 박현빈 가수의 아기도 너무 귀엽다. 그리고 갑자기 이상한 촉이 발생했다. '엄마 설마 나 보라고 계속 이 프로그램 트는거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인가 아닌가. 잘 모르겠네. 서른한 살의 총각인 나는 조금 눈치를 본다.
혼자인 주말. 나는 이렇게 정처없이 떠돌기도 하고, 문화생활을 적절히 잘 보내기도 한다. 나는 정말 잔잔하면서도 만족스럽게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한 켠에 작은 아쉬움도 같이 커가는 느낌이다. 나는 함께있는 것을 갈구하고 있는걸까? 설마 나는 혼자인 시간을 좋아하는 척하는 걸까? 의심이 든다. 좋으면서도 아쉽다. 출근하고나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기대하며 주말을 맞이한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바라보는 함께인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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