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 일상속내생각

"우리 룰" 합의된 약속에 효과

by 멍뭉미안녕 2020. 6. 24.

 

 

친구들과 항상 꺼내는 단어가 있다. 

"우리 룰"

 

 

 

즉, "우리만의 규칙" 

 

 

나와 친구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로, 총 여덞 명이다. 그리고 나이 서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함을 잃지않고 꾸준하게 잘 만나오고 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꽤 돈독한 편인 것 같다. 그리고 이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로 나는 "우리 룰"을 꼽는다. 

 

우리는 모이면 가끔씩 외친다. 

"아 안돼 안돼. 이 거 해야돼. 우리 룰이야. 지켜"

"우리 룰. 우리 룰."

 

 

 

뭔지 감이 오는가? "우리 룰" 말 그대로 우리만의 규칙이다. 우리는 친구들과 몇 가지 규칙을 가지고 있다. 사내 남자들이 이런 경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없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우리는 잘 지켜내고 있다. 우리 룰 몇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게임이다. 우리는 보통 피파온라인으로 뭉치는데, (축구 게임이다.) 그 안에서 우리만의 룰을 생성하여, 정기적으로 서로의 유닛(선수)를 뺏고, 팀을 교체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일상에서 줄어들 수 있는 의사소통의 기회를 늘린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참 유치하지만 그렇다. 우리는 피파온라인으로 한 달동안 아니 몇 개월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것도 매우 진지하게. 더 웃긴건 가끔은 감정도 상한다. 게임 때문에. 우리는 술을 마시면서 피파온라인 안에서의 우리 룰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한다. MBC 백분토론? 우리가 더 진지하다. 

 

 

두 번째로, 생일 챙기기다. 우리는 그 사람의 생일에 '~DAY' 라는 명칭을 달아준다. 만약 삼룡이의 생일이면 '삼룡DAY'. 그리고 그 생일에는 여덟명이 모두 필참한다. '삼룡DAY'의 매력은 따로있다. 삼룡DAY의 삼룡이는 약 2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는다. (인당 삼만원) 그리고 '삼룡 DAY'에 사비 20만원을 친구들한테 베풀어야 한다. 좋든 싫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 있다. 삼룡DAY는 삼룡이가 하고싶은 컨탠츠로 채울 수 있다. 친구들은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해 온 이력을 이야기 해 볼까? 내 생일에는 다같이 실내등반을 한 뒤, 따릉이를 타고 남산을 올랐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꼈다. 또 다른 친구는 캠핑을 준비한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단체 프로필사진을 제안한다. 이렇게 다양한 컨탠츠로 생일이 채워진다. 일 년에 여덟 번의 생일. 우리는 여덟 번의 생일을 모두 특별하게 보낸다. 귀엽고 감사하지 않나?

 

 

그 밖에도 소소한 우리 룰이 있다. 당구를 칠 때 공식경기에 없는 작은 규칙들을 정해둬, 게임을 조금 더 오래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우리가 '우리 룰'을 제일 많이 외치는 순간은 당구칠 때가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그냥 풋풋하고 철없어 보이고 귀여워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순수한 약속들이 친구들과의 이십대와 삼십대 초반을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우리 룰'의 파생효과로 우리는 여행도 자주가고,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도 많아진 것 같다. 친구들의 여자친구들은 친구들을 질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이먹어가면서도 이렇게 좋은 현상을 보기 쉽지않지 않은가?

 

우리는 우정이라는 단어보다 우리룰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우리는 우정이라는 단어에 너무 귀속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안에서도 적극적인 친구가 있고, 이따금 참여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앞으로 '우리 룰'은 힘을 잃고 각각의 일상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사건건 따지고 들 수 없다.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있어야 모두가 좋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사라질 수 있는 '우리 룰'을 미리 기원하고 더 집중하는게 낫다.

 

문화심리학 교수는 이야기했다. 인생에 'ritual'이 많을 수록 행복하다고. 음 ritual은 의식, 정기적인 행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어릴 때 우리가 빼빼로데이, 발렌타인 데이를 잘 챙겼었던 것 처럼. 그런 의식적인 행사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한다. 나이먹을 수록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도 ritual의 부재라고 한다. 

 

앞으로 나는 더 다양하고 재밌는 ritual을 만들어 내는 것을 시도하고자 한다. 더 재밌는 삶을 위해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