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 일상속내생각

스페인 산티아고 직장인 코스를 걷고 나서의 일기 2

멍뭉미안녕 2020. 10. 15. 15:26

 

 

 

나는 무언가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하게 되면, 조금은 강박적으로 이 행위가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강박이 있다. 어떻게든 나에게 무언가라도 남겨야 한다 마음으로 무의미한 행위에도 의미를 새기고자 의식적으로 떠올리려 고민했다.

 

‘산티아고에서 걷는다는 건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걸을까? 대체 이렇게 드럽게 힘든 고행을 왜 할까?

 

한 5일 동안 고민한 것 같다. 그리고 옆에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산티아고 도착 지점에 다가갈수록 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생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떠올랐다.

 

‘나는 나를 잠시 버리고 온 것이 이 걸음의 본질 아닐까’

 

되돌아 보는 것이 아닌 잠시 나를 버린 것. 혹시 그 것이 모두가 여행을 갈망하는 이유 아닐까? 잠시 사회적인 나의 존재를 버리는 것. 모두의 시선에서 벗어나 보는 것. 그럼으로서 모든 감정을 충분히 누려보는 것.

그리고 단순히 걷는 행위도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였다.

 

나도 우리나라에 있을 때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조금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상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함께 걸은 사람들과 헤어질 때는 정말로 슬펐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 감정은 그 동안 참으로 무뎌 졌었다는 걸.

 

마지막으로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 답게 살기 위해선 주위 사람들의 적당한 관심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행복의 본질은 우선적으로 개인에게 있어서 내가 주는 시선이 다른 사람을 가둘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면서 오롯이 자신의 걸음에만 집중한다. 너무 힘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관심을 최소화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염두해야 할 이해관계들이 거둬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유를 느낀다. 내가 산티아고에서 걸으면서 고찰한 것들이다.

 

맞으면 맞는거고 틀리면 틀린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