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 일상속내생각
가족, 그 익숙한 것에 대하여
멍뭉미안녕
2020. 10. 8. 11:41
#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단어에 어떻게 반응할까, 가족이란 주제로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일반적인 생각을 잘 모르겠다. TV에서 방영하는 ‘안녕하세요’나 ‘유퀴즈’ 처럼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보면 가족은 뭉클한 존재이기도 하고, 원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가족은 제일 뭉클하면서도 슬픈 존재다. 지금 우리 가족은 너무나도 잘 지내고 있지만,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이 순간이 더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 어느 순간부터는 가족과 나의 역할이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 그 동안 내가 돌봄을 받아왔고, 내가 어엿한 성인이 되기까지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왔다면 지금은 조금씩 내가 우리 부모님을 돌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뭔가 부모님이 작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없이 강해 보였던, 나에게는 방패 같은 존재들이 작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여간 슬픈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부모님이 하지 못하는 것들에 짜증을 내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부모님이 못하는 것을 보며 ‘왜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이해를 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니, 완전한 나의 오만이고 잘못이었다.
# 이 년 전, 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 가족 네 명 이서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우리 아빠는 어느 아빠와 같이 가부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부정하시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리고 공항 날, 나는 우리 아빠 엄마의 새로운 표정을 보았다. 이렇게 행복해하고 설레 할 수가 있다니. 부모님의 그런 표정을 그 동안 나랑 동생을 키우느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셨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서글프기도 했다.
우리 아빠 엄마는 이 짧은 2박 3일 여행 동안 내가 그 동안 못 보았던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해외란 곳에서 적당한 긴장을 하셨고, 설레 하셨고, 행복해하셨다. 가족이 함께 헤매는 경험조차도 참 의미 깊었다. 아니 모든 행위가 깊게 느껴졌다. 특히 무뚝뚝한 아들들이랑 온 여행이라 더욱 그러셨던 것 같다. 사실 이 여행은 부모님의 30주년 여행이라, 그 것을 기념하여 나는 현수막도 준비했는데, 이런 소소한 이벤트에도 부모님은 많이 기뻐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