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 일상속내생각
아이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때
멍뭉미안녕
2020. 9. 29. 14:58
친구가 아들을 데려왔다. 내 친구 중에 유일하게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친구. 인스타 사진으로만 보던 친구 아들은 한 2살쯤 되었나, 갓난 아기였다.
세상에~ 엄청 작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귀엽다. 특히 앉아있는 뒷모습에 튀어 나온 볼이 너무 사랑스러웠다.ㅠ 거기에 가끔씩 웃어주는 모습이 아주 그냥. ㅇㅇㅇㄴㄴㄴ으아 어떤 형용사를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요즘은 마음이 녹는 순간이 몇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이렇게 작은 아기를 보았을 때다. 존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뭔지 모를 애틋한 기운이 너무 강력하다. 이럴 때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터치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손을 아기 가까이 뻗게 된다. 손을 뻗어 아기의 손을 잡고 싶고, 볼도 한껏 잡아당겨 보고싶다. 하지만 혹시 모를 아이의 부모님의 반응과 세균을 옮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매 번 손을 다시 거둔다.
아으으으으 너무 귀엽다
요즘 이상하게 아기에 대한 나의 태도에 변화를 느낀다. 아기가 조금 낯설게 느껴진 달까. 이전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 피어 오른다. 나는 이전에 아기들을 보면, 적당한 정도의 귀엽다. 사랑스럽다. 라는 감탄을 내뱉으면서 그저 작은 존재로만 바라보았고, 그저 함께 놀고싶은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상하게 앞선 생각에 신비함이 더해진다. 너무나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저 작은 존재가 아닌 어떠한 새로운 세상이 내 앞으로 다가와,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이런 신비함에 뭉클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아기에 대한 감탄이 지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아기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훨씬 더 좋은 세상이였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이런 생각이 떠오른 것에 대해 스스로 많이 놀랐다. 나의 인식 중 어느 하나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변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나 진짜 나이 먹은건가.' 라고 넘겼지만, 되돌아 와 생각해보면, 이 변화가 달가운 것인지 고민이 든다.
마냥 좋아만 하던 것에 걱정 비슷한 것이 동반되었다. 이건 무엇일까?
그래서 아기를 바라보는 나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모든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하나의 가정과 사회에서 돌봄을 받고 사랑을 받아오다가 이제 갓 한 사회에서 작은 영향력을 끼치는 구성원 역할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책임감 비슷한 것이 생겼는지, 그저 단순히 좋아할 수만은 없어졌다. 아이를 바라보는 몽실함을 가지되, 단순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닌 아이를 대하는 나의 영향력에 대해 점검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나는 일을 하다가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는데, 그 아이들을 만날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였던 것 같다. 마냥 이쁜 친구들도 있지만,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죄책감 비슷한 것이 동반되서 찾아왔다. 아플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그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되면, 내 자신이 작아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아이를 잘못 대하는 것만 같은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언짢아져,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건네 보기도 했다. 또 궁금한 건 물어보았다.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아직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혹시나 내가 가진 부족한 인식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조심스럽다. 이 것 또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만나는 주위 어른들은 나의 편협한 사고를 통한 영향력에도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있는 꿋꿋함이 있지만 아이들은 좀 다른 것 같다.
아직은 좋은 어른이 되지 못 되어서 아이들에게 조심히 대해야 하는 나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만나면 최소한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이 것 말고는 내가 또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꽤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