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뭉미안녕 2020. 9. 14. 09:36

걷기 예찬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한 마음을 조금은 풀어 재끼고자 혼자서 강릉여행을 갔다. 가만 생각해보면 혼자 여행은 참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혼자 잘 다녔었는데 어느새 혼자 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쪼록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여행을 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고 마음의 짐도 있었지만, 무조건적인 거리 두기를 지킴 으로서 안전하게 강릉 관광산업 경제의 이바지하자는 합리화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래도 정말로 사람이 없는 식당,  유명하지 않은 카페를 찾아 다녔다.  

 

강릉에 도착하자 마자 첫 목적지인 나의 숙소가 있는 강문해변을 검색한 후에, 걷기 시작하였다. 삼 일 동안 하루에 10키로 이상은 걸은 것 같다. 작년 스페인 산티아고 길에 비하면 쉬운 일이지만, 오랜만에 걷는 것이 기분 좋으면서도 힘에 부치긴 했다. 강릉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다. 길을 걸으며 주위를 삥 둘러봐도 사람이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간격이 존재하니 괜히 피어 오르는 안정감. 정말 이런 거리감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얼마 만에 길바닥에서 불러보는 노래냐. 노래를 부르며 걸으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마음이 한 결 풀리니 그 때부터 몸은 평화로이 걷고 있지만, 내 뇌에서는 생각 꼬리잡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평소에 쉽게 누리지 못했던 텅 빈 시간과 단순한 걷기라는 행위에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민주주의 가치, 우리가 얇고 넓은 관계망이 필요한 이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어떻게 더 재밌게 살아야 하나, 재테크는 잘하고 있나. 나 혼자 묻고 나 혼자 대답하는 시간을 계속 가졌다. 그 밖에, 요즘의 내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이전에 마음의 감기처럼 노잼 시기가 일 년에 한 달 정도 찾아왔다면, 요 근래에는 그 시기가 점차 길어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나는 날이 갈수록 적당히 익어가고 있어서 세상의 풍파에 흔들림이 적어지고 있다고 믿고 싶었지만 실로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 . . . . . . . . . . 배고파졌다.

배고파지니 많은 생각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오감이 촉촉해지는 것 같았다. 눈은 식당을 찾기 시작했고, 코는 맛있는 냄새를 찾기 시작했다. 걸음은 조금 빨라졌다. 방금까지 내 뇌에서는 이성이 발동하여, 생산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 배고픔을 이길 수 없다.

 

혹시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내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말해줬으면. 나는 끊임없이 고민이 들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나는 하루에 캐시워크 기준 만보이상은 꼭 걷는다. (캐시워크는 나에게 가끔씩 소소한 커피를 제공한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만보를 채우지 못했다면 동네 한 바퀴를 돌아서 만보를 채우고 들어간다. 걷는다는 행위는 나에게는 산티아고 이후로 남다르게 다가왔다. 단순 건강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정서적 안정감, 새로운 생각 등이 피어 오르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을 안하더라도, 그 자체로도 너무 좋다. 내 걷기의 주된 이유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단순한 행위로 스스로 걱정을 덜어낼 줄 알아야 더 좋은 시간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부정적인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 보고 싶을 때. 조금씩 더 걷는다. 나는 산티아고 길에서 하루 25km씩 걸으면서 내가 단단해지고 풍요로지는 감정을 맛볼 수 있었다.

뚜벅이. 우리는 걷는 자들의 후손이어서 일까?

혼자, 그리고 가까운 사람과 걷는 시간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