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뭉미안녕 2020. 9. 9. 17:36

프롤로그

  나를 객관적으로 아는 것,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자 온전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많은 청춘들이 자신 스스로 ‘가장 나 다워 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나를 안다는 것은 어쩌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나는 나에 대해 궁금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질문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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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는 왜 나무를 특히 좋아하지?”

  나는 희한하게 나무가 주는 느낌을 유독 좋아한다. 그 뿐만 아니라 색깔도 짙은 초록색과 갈색을 좋아해서, 내가 구입하는 아이템들은 주로 녹색계열이나 갈색 계열인 경우가 많다. 우드 인테리어의 카페를 가면 너무 좋아서 마음이 살짝 몽실몽실 해지기도 한다. 나무, 숲만 관련된 것이 내 눈 앞에 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나무와 관련해서 특별한 경험이 없는 거 같은데, 왜 그럴까?

나무가 인간의 호르몬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내가 다른 사람보다 유독 호르몬에 민감한가? 혹시 내가 모르는 기억이 있나? 혹시 취향이란 것이 원인없이 다가오기도 하는 건가?

그러고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나는 식목일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괜히 필요 이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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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군대에서부터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해서 약 10년 동안 쓰게 되었는데, 그 이유로 나는 다른 사람보다 ‘나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구나~’ 라고 생각해왔다. (착각해왔다.) 하지만 가만보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차이가 존재하고, 상황이 변해감에 따라 내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국 ‘아직은 나는 나를 잘 모르는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스스로를 모순 덩어리임을 인정 했다. 동시에 나 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건 극히 일부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나는 ‘설레발은 필 패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같은 맥락이다. 이후, 나는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태도를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 동안의 나의 생각을 되짚어보면서 나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써 온 다이어리를 정독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썼지만 '아 참 내 마음에 쏙 든다!' ‘나는 주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라는 내용들이 발견되었고, 이 책은 그런 글들을 모아서 정말 사적인 나를  들여다보는 책이 되었다. 즉, 이 책은 주관적으로 써 내렸던 나의 다이어리가 나를 재발견하는 객관적인 지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쓰여진 책이다. 모순 덩어리인 나를 알아가면서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하나의 기록집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 다이어리와 그 동안 독서하고 남긴 나의 생각들이 참고자료로 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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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나는 사실 위로와 공감을 하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런 에세이에서 위로를 받지 못하였다. 어쩌면 나는 타인의 위로보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내리는 것에서 위로를 얻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위로하고 토닥이는 에세이보다 자신이 어떠한 문제 때문에 힘든지, 스스로가 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리고 문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혹시나 도움이 될 인문학적 지식을 녹여보고 싶었다. 나는 내 직업을 가지면서, 그리고 일상을 누리면서 인문학적 지식이 참 도움이 되었다. 적어도 회복탄력성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또 매번 인문학적 내용이 옳지는 않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이 책이 새로운 고민을 낳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생이란 정답이 없다고 하니까. 고민거리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

 

이 책은 내가 쓰는 첫 번째 책이다. 책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몇 년 동안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실천하게 해준  버키터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책을 쓰려고 몇 글자 적다 보니 나의 첫 책인 만큼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늘 그랬듯 가진 능력에 비해 욕심이 마구마구 자라났다. 욕심만큼 당분간은 이 책을 만드는데 몰입하고, 적당히 소진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욕심이 또 부담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내려놓고 편하고 즐겁게 글을 써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 마지막으로 몇 가지 바램이 있다. 나는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았지만, 남은 인생을 살면서 ‘처음’인 것들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하는 첫 경험이다 보니 이 글을 쓰는 찰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글을 쓰는 과정이 지금처럼 풍요롭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글이지만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이 책을 읽는다면 내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고 즐거워했으면 한다. 말이 길어지는데, 마지막으로 나는 인문학을 좋아하고 내 삶에 녹여보려고 한 시도가 많다. 그런 시도가 나의 하나의 가치관으로 자리잡기도 하더라. 이 점도 일아 주면 감사할 것 같다. 결국에 이 책에서 가져갈 수 있는 하나의 메시지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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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말했다. ‘제일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참 감명 받았는데, 조금 바꾸고 싶다. ‘제일 개인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고 재밌다.’

 

이 책을 펴 봐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