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 일상속내생각

불면증 그리고 마을지향에 대하여

멍뭉미안녕 2020. 7. 1. 15:35

 

 

어젯밤은 잠들기에 적당한 온도, 귓 속을 간지럽히는 비소리, 어두운 빛깔의 밤. 잠들기에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젯밤 '오늘은 잘 자겠지'라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 것도 남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거나 TV에 빠져있을 10시 반에. 하지만 나는 잠들지 못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이어져 잠들기 커녕 뫼비우스의 띠 위를 걷는 느낌으로 같은 생각을 반복해서 했다. 끊임없이. '하 몇일 째야' 

 

요즘 나는 근심 걱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그리고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은 눕기 전부터 촉이 온다. '아 오늘 2시 삘' 그리고 어김없어 나는 늦게 잠든다. 그리고 요즘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똑같다. 민주주의 가치. 나는 사회복지 업무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가치에 대해 나 혼자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약 4년간 사회복지사로서 일하면서 발견한 가치다. 나는 회의 시간에 이 가치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못했지만, 중요성을 공유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마구 든다. 

 

나는 4년간 지역조직팀에서 조직화 업무를 맡았다. 음. 편하게 이야기하자면. 지역에 공익, 다수를 위한 일을 하는 주민모임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은 처음 접하면 다양한 가치충돌과 개념적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만큼 어린 나이에 많은 주민들과 함께하면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 앞으로 잠을 잘 자기 위해 새벽에 풀어놓은 나의 생각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아주 간단하게!

 

 

지역조직화를 왜 하냐는 질문부터 묻는 것이 맞는 거 같다. 사회복지사는 지역조직화를 왜 하냐. 나는 답을 잘 몰랐다. 여전히 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교수가 회의시간에 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조직화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라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 목적을 해치우기 위해 조직화는 보통 두 가지 관점을 적용하는 것 같다. '주민조직화 관점'과 '마을지향 관점' 나는 이 두 개의 관점 때문에 4년동안 어지러웠다. 지금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아무튼 조직화 담당자는 이 두 개의 관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차이점을 설명해 보겠다. 먼저 주민조직화 관점은 '공익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사의 전문적 설계를 통해 조직화를 해가는 것이다.' 음 설명이 부족하다. 요점은 사회복지사의 설계. 전문성으로 목적성이 조금 뚜렷한 주민조직을 세우는 것이다. (지역에 도움이 되는 주민조직) 반면 마을지향은 다르다. 내가 마을지향이라는 가치를 너무 어려워했다. 마을지향을 쉽게 개념화하자면 작은 민주주의를 세우는 것이다. 어떠한 공익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면된다. 그래서 마을지향은 보통 존중, 신뢰, 과정, 자조성 등의 단어가 어울리며 많이 언급된다. 이렇게 이 두 개는 주민조직VS민주주의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해가 됬는지 모르겠다. 

이 두 관점은 극명히 다른 방향성을 가진다. 그래서 조직화를 할 때 이 관점에 따라 주민들에게 전혀 다른 영향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실무 경험으로 많이 느꼈다. 주민조직화 관점을 적용할 때는 조금 더 주민조직의 목적이 공익적이고 더 높은 수준의 나눔활동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목적성이 높은만큼 관계성이 약해진다. 주민들의 자조성이 중요하지만 주민의 자조성과 조직의 공익성을 함께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마을지향 관점은 아까 언급했듯이, 과정을 중요시하고 신뢰, 자조성, 자발성, 존중 등의 기반으로 세워진다. 이럴 때, 조직의 목적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조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어쩌면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것들이 기반이 되었을 때, 주민들은 알려주지 않아도 더 옳은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의 성장 그리고 그 것이 자립으로 이어지는 것은 민주주의가 건강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가 세워져야하는 시점 아닐까. 어차피 인간이란 존재는 너무나도 미약하고 작은 존재다. 이들이 서로 위로 올라가려고 하다보니 인류의 기반이 약하다. 다시 아래서부터 올라가야 할 때다. 

 

 

고로 글에 느낌에서 눈치 챘을 지 모르지만, 나는 마을지향 관점을 조금 더 선호한다. 어떠한 목적성이 조금 낮아질 때 우리는 관계와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조금 더 DEEP하게 설명하고 정리하고 싶지만, 체력이 다했다. 퇴근시간이다.